![]() |
디지털 평판관리 |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정보의 생산과 공유가 일상화되었습니다. 이처럼 편리하고 유용한 디지털 공간은 동시에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한비자 행정사사무소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 반드시 이해하고 지켜나가야 할 잊혀질 권리, 알 권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디지털 평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잊혀질 권리: 나의 정보를 통제할 권리
잊혀질 권리는 자신의 정보가 타인으로부터 공개되지 않고 잊혀질 수 있도록 하는 정보주체의 중요한 권리입니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상의 모든 개인 관련 정보를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보다는, 통상적으로 인터넷에서 자신과 관련된 각종 자료의 삭제를 요구하고, 다양한 조치를 통해 타인이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담긴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나아가 국민 개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잊을 수 있는 권리 또한 포함됩니다.
이 권리가 세상에 처음으로 인정받게 된 계기는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의 프라이버시 권리 침해 주장과 이에 대한 유럽사법재판소의 2014년 5월 13일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을 통해 포털사이트에 개인이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닙니다. 과거 개인이 보관하는 신문 기사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없애도록 할 수는 없으며, 신문사나 도서관 등에 보관된 자료의 열람을 잊혀질 권리를 이유로 허용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또한 위키백과와 같은 플랫폼은 검색에서 언론 보도 내용의 자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에 대해서는 삭제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와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2020년 12월 개정), 그리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의 2 등이 일정한 조건 하에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올린 온라인 게시물 중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거나 본인 게시물임이 입증되는 경우 삭제 또는 블라인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 운영이 진행 중입니다.
알 권리: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권리
알 권리는 국민 개개인이 정치·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1945년 미국 AP통신사의 쿠퍼(Kent Cooper)가 '알 권리'를 제창하는 강연을 하면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1956년 그의 저서 《알 권리》를 통해 개인의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알 권리는 소극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인 정보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며, 적극적인 측면에서는 정보 공개까지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알 권리를 헌법 조항이나 실정법으로 명확히 다루고 있지는 않으며,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2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다른 조항에서는 제한적인 조건을 내세워 금지하거나 강제하는 모순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알 권리 역시 잊혀질 권리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권리가 아닙니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행위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어 개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알 권리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이러한 이유로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또한 존재하여, 두 권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디지털 평판 관리의 핵심 법규와 원칙
디지털 평판 관리의 주요 법규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는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침해를 받은 자가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여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권리가 침해되었는가를 판단하고 어떤 권리가 침해되었는가를 구분하여 디지털 권리 침해 사실을 소명(채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댓글을 무조건 삭제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며, 침해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수집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러한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임시조치는 해당 정보가 검색되지 않도록 하거나 링크를 삭제하고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의 조치를 포함하며, 그 기간은 30일 이내로 정해집니다. 다만, 임시조치는 정보 게재자의 의견과 무관하게 삭제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디지털 평판 관리에서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이 법은 개인정보를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하며, 처리를 개인정보의 수집, 저장, 이용, 제공, 파기 등 다양한 행위를 총칭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본인의 동의를 받고 수집해야 하지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는 경우, 공공기관의 업무 수행,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동의 없이도 수집이 가능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과 인격권 보호
인터넷 공간은 정보의 쌍방향성, 과다성, 무정부적 특성을 가지며, 빠르고 쉽게 정보를 이용하고 의사소통하는 순기능과 동시에 욕설, 비방, 악성 댓글, 루머 등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역기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이버 명예훼손은 언론 보도, 출판물, 구두 진술, 광고 등을 수단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인격권에는 사회적 명예를 침해당하지 않을 명예권, 개인의 성명을 남용함에 따른 침해인 성명권, 신체적 특징 공개로 침해되는 초상권 등이 포함됩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명예의 주체가 특정되어야 하며,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고, 공공연하게 훼손하며, 거짓이라도 적시해야 합니다.
특히 초상권은 신체의 특정 부위나 특징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며, 본인의 허가 없이 초상을 촬영, 공표, 전시하거나 그림 엽서 등에 사용하여 권익 침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목적이 상업용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예외에 속합니다.
디지털 주홍글씨의 그림자
국가가 몸에 흔적을 남겨 수치심을 주던 과거의 수치형 형벌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주홍글씨라는 새로운 형태의 낙인이 존재합니다. 이는 국가가 행한 형벌이 아닌, 개인 스스로 남긴 수치스러운 흔적이나 다른 사람이 남기는 수치스러운 흔적을 말합니다. 디지털 주홍글씨는 누가, 언제, 어디서 새기는지 피해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디지털 정보의 이중성처럼,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정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수치스럽고 해로운 기억으로 남아 평생을 괴롭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현명한 디지털 시민의 역할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의 무한한 확산 가능성과 함께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숙제가 놓여 있습니다. 잊혀질 권리와 알 권리는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때로는 충돌할 수 있는 중요한 기본권이며, 이 둘의 균형 속에서 개인의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등은 이러한 권리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입니다.
우리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순기능을 활용하되, 역기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지털 평판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나의 정보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 침해된 권리를 명확히 인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구제받으려는 노력을 포함합니다. 디지털 시민으로서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건강하고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Social Plugin